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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이 50% 이상 좁아져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전까지는 아무 신호가 없습니다. 제가 혈관 조영술 검사를 받고 나서야 이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 의미인지 실감했습니다. 통증도, 불편함도 없었는데 혈관 안에서는 이미 무언가 쌓이고 굳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노인성질환 동맥경화증 막히기 전까지 아무 신호가 없다
몇 년 전 부정맥 진단을 받으면서 먼저 혈관 조영술이라는 검사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검사 이름도 제대로 몰랐고, 사타구니 쪽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조영제를 흘려보내며 혈관 안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그저 낯설고 긴장됐습니다. 나중에 공부해보니 그게 바로 심장혈관 조영술이었고, 혈관이 어디서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검사였습니다. 심장혈관이 막혔는지 확인후에 부정맥 검사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여기서 죽상경화증이란 혈관 가장 안쪽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세포가 증식하면서 '죽종(atheroma)'이라는 덩어리가 형성되는 병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오래된 수도관 안쪽에 녹과 이물질이 들러붙어 지름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수십 년에 걸쳐 아무런 증상 없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혈전(thrombus)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중요합니다. 혈전이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버린 덩어리, 쉽게 말해 '피떡'입니다. 죽종을 감싸고 있던 경화반이 불안정해지면 파열되고, 그 순간 혈전이 급속도로 형성됩니다. 이 혈전이 심장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증, 뇌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됩니다. 어디서 막히느냐에 따라 병명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제가 받았던 혈관 조영술이 바로 그 '어디서 막혔는가'를 확인하는 검사였습니다.
동맥경화증의 주요 위험 인자는 이미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 고콜레스테롤혈증 — 특히 LDL 콜레스테롤(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
- HDL 콜레스테롤(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저하 — 소위 '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위험 증가
- 고혈압 140/90mmHg 이상, 흡연, 당뇨병
- 운동 부족, 복부비만, 심혈관 질환 가족력
- 연령 증가 — 노화 자체도 혈관 탄성을 감소시키는 원인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목록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흡연, 혈압, 혈당, 운동량, 체중까지 전부 한 묶음으로 관리해야 하는 복합 문제라는 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하나만 잡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동맥경화증 좋은 것을 채우기보다 막힘을 없애는 것
이번에 동맥경화증을 공부하면서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건강 관리는 결국 혈관 관리고, 혈관 관리는 '좋은 걸 채우는 것'보다 '막히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심장이 피를 펌핑해서 손가락 끝, 발가락 끝까지 막힘 없이 전달해야 비로소 구석구석 살아납니다. 물이 흐르는 파이프와 정확히 같은 원리입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허혈(ischemia)이란 해당 부위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진 상태를 뜻합니다.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면 운동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장이 요구하는 혈액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고, 이때 가슴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협심증입니다. 쉬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점이 협심증의 특징인데, 반대로 쉬어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심근경색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치료 방향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혈관이 좁아지면 무조건 넓혀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혈관성형술(혈관 안에 풍선을 넣어 좁아진 부위를 넓히거나 스텐트라는 그물망 지지대를 삽입하는 시술)은 혈관 내경이 50% 이상 좁아진 경우, 증상이 실제로 그 병변과 연관된다고 판단될 때 시행합니다. 모든 좁아진 혈관에 스텐트를 넣는 것이 아닙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예방 쪽에서 저는 오메가3지방산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스키모인이 엄청난 양의 지방을 섭취하면서도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사례는 꽤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단순한 건강 상식이 아니었습니다. 오메가3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항혈전 작용과 항염증 효과까지 겸비합니다. 꽁치, 고등어, 연어 같은 등푸른 생선을 하루 1~2회 꾸준히 먹는 것이 권장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운동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혈청 중성지방을 평균 20~30%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소폭 올려주지만, LDL 콜레스테롤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데는 체지방 감소와 식이 조절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운동만으로 다 해결된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맥경화증은 증상이 없으면 안심해도 되나요?
A. 증상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 질환의 가장 위험한 특징입니다. 혈관 내경이 절반 이상 좁아져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없을 때부터 경동맥 초음파나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 같은 조기 검진을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 신호가 없다는 것이 곧 혈관이 깨끗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Q. 혈관 조영술은 어떤 검사인가요?
A. 카테터라는 가느다란 관을 사타구니나 팔 혈관으로 넣어 심장까지 접근한 뒤 조영제를 흘려보내면서 X선으로 혈관 내부를 촬영하는 검사입니다. 혈관이 어디서,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검사 자체에 부담이 따르므로 의사와 단계적으로 상의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Q. 운동만 열심히 하면 콜레스테롤이 낮아지나요?
A. 유산소 운동은 중성지방 감소와 HDL 콜레스테롤 상승에는 효과적이지만,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은 운동만으로는 잘 낮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LDL 수치를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체지방 감소와 포화지방 섭취 조절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운동이 전부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식이 조절 없이 운동만으로 수치를 관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Q. 저용량 아스피린은 누구나 먹어도 되나요?
A. 75~150mg의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분들에게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위장관 출혈 위험이 아스피린 미복용자 대비 약 1.7배 높아지고, 출혈성 뇌출혈 가능성도 1.4배 상승한다는 점도 함께 알려져 있습니다. 무조건 좋다고 복용하기보다는 본인의 심혈관 위험도를 의사와 먼저 확인해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Q.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가장 간단한 구분 기준은 '쉬었을 때 통증이 사라지느냐'입니다. 협심증은 운동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가슴 통증이 나타났다가 안정을 취하면 사라집니다. 반면 심근경색증은 휴식과 무관하게 통증이 지속되며,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입니다. 심장 근육에 30분 이상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세포 괴사가 시작되므로, 통증이 지속된다면 즉시 응급 처치가 필요합니다.
결론
이번에 동맥경화증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제가 받았던 검사의 의미를 25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혈관이 어디서 막히느냐에 따라 협심증이 되고, 심근경색이 되고, 뇌졸중이 된다는 구조 자체가 사실 단순합니다. 복잡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피가 어디까지, 얼마나 잘 흐르느냐의 문제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건강 관리의 가장 기본은 혈관 염증을 없애고, 혈류의 흐름을 막히지 않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보충제나 고가의 건강식품보다, 금연·혈압 관리·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식이 조절이라는 원칙이 결국 가장 강력한 예방법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직 증상이 없다면 지금이 혈관 상태를 점검할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참고: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